출처 : 다이브다이스(
http://divedice.com)의
도검(Waylo)님...
원문 :
http://www.divedice.com/community/content.php?tid=opi&mode=view&n=2969&p=160&q=2387
다이브다이스(이하 다다) 에서 읽어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도검님의 허락을 받고 펌해옵니다. ^^
푸코가 뭔지 아는 사람이 읽으면 재미있을 꺼에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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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푸코(푸에르토리코)...
비가 온 뒤에 하늘은 언제나 그렇듯이 파랗게 개었다. 하늘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일까. 그것은 오늘 도검의 표정이 개인 하늘과 정 반대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제 다다 보드게임방을 접어야 하는건가?'
후 하고 내뿜는 담배연기가 예사롭지 않게 도검의 머리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보드게임방들도 하나둘 문을 닫는 시기이지만 그는 이 보드게임방을 수년간이나 지켜왔던 것이다. 친구들에게 보드게임을 가르치며 친구들이 딴지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처음 접하는 게임도 금방 전략을 세우는 것을 볼 때마다 어떤 인생의 보람마저 느끼곤 했던 것이다.
'그런 인생에 유일무이한 것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하다니...'
이른 아침부터 보드게임방을 열고 푸에르토 리코 옥수수를 손에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이궁리 저궁리 해보지만 도저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 놈의 돈이 문제란 말이야. 요즘은 돈이 없으면 사람도 아닌 세상이니.'
사실 이곳은 서울의 외진 곳이라 보드게임을 하러 오는 사람도 없어 게임 구매는 커녕 계속 노플 게임을 방출하고 있었던 탓에 임대료 내기도 빠듯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건물 주인이 얼마전 이 곳을 둘러보고는 요즘같은 세상에 보드게임방보다는 PC게임방 같은 것을 차리는 것이 좋을 거라고, 인상된 임대료도 제대로 못 낼 바에야 이제 그만 간판을 내리는게 어떻겠냐고, 동정의 미소인지 비아냥의 웃음인지 모를 미소를 입가에 띄면서 나가버렸다.
도검도 그 말이 전혀 이해못할 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장사도 안되고 입문 게임이라는 보난자 룰도 잘 몰라서 중간에 게임을 중단하는 등 체면이 서지 않은 적이 최근에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이제는 그만 둬야겠나보다 하는 생각이 슬몃 고개를 쳐들지 않은 것은 아니나 한편으로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도 저쪽 반대편에서 일어서는 것이 사실이다.
'무슨 좋은 수가 나겠지... 이제 한글화된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데 물러설 수는 없다. 참, 6살짜리 문래 그 놈 정말 푸코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한단 말이야...'
그 때, 문을 불쑥 열고 들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햇살에 눈이 부셔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내 그가 누군지 똑똑히 보였다.
그는 건물 주인 이사장이었다.
이제 막 30대 초반으로 각종 PC 게임과 플레이스테이션 등 기계와 소프트웨어를 파는 도매업자다. 한때 같이 밤새 보드게임을 즐겼던 사이이지만 지금은 나를 내쫓으려는 사람이다. 도검은 보초를 서는 경계병같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이사장은 불쑥 이상한 말을 꺼냈다.
사실 이사장도 왠만한 보드게임은 다 해본 사람이었다. 벌써 집 한구석에는 보드게임을 위한 따로 방이 마련되어 있고 카르카손 시리즈, Alea 시리즈를 풀 컬렉션으로 모았음은 물론이며, 각종 레어템들을 비롯 책장에는 500여종의 보드게임이 즐비하였다. 분명 그도 도검과 같은 보드게임 매니아였던 것이다.
'이 작자가 왜 이러나. 도대체 무슨 속셈이 있는거지.'
하지만 도검은 그저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같은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나가라, 마라 하는 것도 너무 야박한 것 같고, 그렇다구 요즘 세상에 이윤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제가 제안을 하나 할까 하는데요..."
도검은 직감적으로 그 제안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하는 수가 없었다. 그냥 쫓겨나는 것보다는 그 제안이나 들어보는 수 밖에는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도검님, 만일 이 보드게임방 사람 중 저를 푸에르토 리코에서 1대1로 꺾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간판을 내리라는 말은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자리를 좀 비워주셨으면 합니다."
도검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건물주의 이름은 ‘이기자’였다. 전세계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는 BSW에서 푸에르토 리코 승률 1위의 ID 'e-kija'가 바로 그였던 것이다. 어림잡아도 95% 이상의 승률로 이미 BSW 푸코계에서는 전설적인 존재였다. 이 자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자존심도 만만치 않았던 탓에 그 내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음...그 방법밖에 없다면 할 수 없지. 단판 승부인가?"
"예, 그렇게 하죠. 너무 상심마세요. 제가 실수할 수도 있잖아요? 하하... 내일 10시에 뵙죠."
그의 뒷말은 자기를 이기는 방법은 자신이 실수나 하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을 완곡히 표현한 것이리라. 도검은 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한다.
(원래 게시물 3개로 작성하신거라서 원작(?)의 분위기를 느껴보시라고.. 잠시 쉬어갑니다. 아래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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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까맣다가 모서리부터 푸르스름하게 변해왔다. 도검은 밤새 한 잠도 자지 못하면서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결국은 창밖으로 밝아오는 빛깔을 감지했다.
'하. 어떻게 한다?'
암만 생각해봐도 자신이 그 이사장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실력차도 실력차지만 보난자 룰도 까먹은 자신이 더 못 미더웠다. 어느때고 한 번 실수가 나오는 날에는 끝장이었다.
'그렇다면 문래를?'
그 여섯 살 짜리 꼬마가 분명 실력은 있었지만 아직 도검을 분명히 꺾는 실력은 아니었다.
그는 결국 밤새 해답을 얻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다시 담배를 찾아 불을 붙였다. 후하고 내뿜는 담배연기가 꼭 건물주의 거미줄 같았다. 도저히 그 거미줄을 빠져나올 묘수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창밖을 본다. 이제는 완전히 밤은 갔다. 결전의 시간은 다가온다. 그 게임은 단순한 게임 한 판이 아니다. 내기게임이다. 내기도 이만저만한 내기가 아니다. 도검 보드게임 자존심을 건 내기게임이다. 다시 한 번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인생을 건 전투다.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10시에 게임을 하기로 했지만 도검은 아침 일찍 보드게임방 문을 열었다. 쌓여있는 게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웬지 서글픔이, 가지지 못한자의 서글픔이 느껴졌다. 단순히 재산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을 가지지 못한 자의 서글픔이 더 컸다. 어쩔 수 없는가.
도검은 테이블 한 곳에 혼자 앉아 조용히 세틀러부터 메이어, 빌더를 차례로 선택하며 늘 하던대로 테크트리를 올려본다. 처음 쿼리를 선택하고 인디고 소형 공장 하나에 빠르게 와프에 커스텀 하우스까지 올려본다. 도검이 가장 좋아하는 최적화 옥수수 러쉬 테크트리이지만 오늘따라 쉽지 않게 보인다
시계가 9시를 가리켰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눈이 동그랗고 귀엽게 생긴 꼬마아이가 들어온다. 이제 유치원이나 다닐법한 아이가 볼을 발갛게 물들인채 들어와서는 당당하게 인사를 한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래, 왔니?..."
도검의 비통한 표정을 그 아이는 느꼈는지 못느꼈는지 대뜸 도검의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오라구 하셨어요?"
"빨리 오느라구 밥두 제대루 못 먹었어요..."
"저런! 밥은 제때제때 많이 먹어야지...어렸을 때부터 밥을 잘 안먹으면 못써요.."
도검은 갑자기 목이 메여온다. 사실 도검은 해가 뜨고 나서야 중대한 결심을 한 것이다.
"문래야...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예."
"좀 있다가 어떤 분이 너하구 푸코를 한판 하자구 할거다. 그러면 너는 여태껏 배운 것을 총동원해서, 그러니까 너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 잘 하면 되는거다...알겠니?"
"어, 아저씨보다 잘 하는 사람이여요?"
"음...아저씨보다 잘 할거야...하지만 겁낼 필요는 없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알았어요."
도검은 결국 이 꼬마아이를 믿기로 한 것이다. 분명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실수가 나올 확률은 더 적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는 어차피 마지막이 될 바에는 세계 최고수 수준의 푸코 게임을 선물삼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혹시 모를 일이다. 이사장이 실수라도 한다면, 혹, 혹 이길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별 도리가 없다는 결론을 아침에서야 내렸다.
"아저씨, 꼭 이겨야 해요?"
"아니, 넌 실력껏 하면 돼. 꼭 이길 필요는 없단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꼭 이겨야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살 짜리한테 부담을 지워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거짓말을 해야되는 현실이 한번 더 그를 서글프게 했다.
10시 10분전이다. 보드게임방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도검은 건물주인가 해서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마치 사무라이가 결투전 칼을 갈아놓고 묵상 하는 것 처럼.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이사장이 아니었다.
나이는 한 스무살쯤 되었을까. 크지는 않지만 그렇게 작지도 않은 눈을 가진, 눈썹이 가지런한 여학생이다. 하얀 피부에 지그시 다문 주홍빛 입술이 꽤 귀티가 나는 얼굴이다. 그 얌전한 자태에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것이 다시 한 번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상대임을 짐작케 해준다. 그는 도검을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살짝 웃으며 한 번 쳐다보고는 꼬마아이를 본다. 꼬마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그 아이가 의자에서 작은 몸을 일으켜 쪼르르 달려온다.
"누나~!"
"아, 문래구나. 밥 먹었어?"
기껏해야 다리밖에 안오는 그 꼬마아이를 그 여학생은 꼬옥 안아준다. 그리고는 도검을 바라본다. 무슨 일로 부르셨냐는 듯한 표정이다.
"후앙아, 조금 있다 귀한 손님 한 분 오시니까, 과일 좀 가져와서 깎아드리라고 불렀다. 그럴 수 있겠니?"
그 여학생은 도검이 그 말을 하는 동안 뚫어져라 그를 바라보았다. 어떤 불길한 기운을 느꼈던 것일까. 이내 그녀도 표정이 굳어지면서 짧게 예라고만 대답하고 과일을 사러 문을 열고 나갔다. 그녀가 나간 후 얼마 되지 않아 건물주는 들어왔다. 겉으로는 유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하, 도검님 그새 안녕하셨습니까."
"아, 오셨어요?"
"예. 푸코 한 판 하려구 왔지요."
자신의 야비함을 숨기기 위함일까. 서로 빤히 알고 있는 대국의 의미를 굳이 말로 그렇게 위장할 필요가 있을까. 이 점이 도검에게는 더욱 못마땅했다. 상대는 의외로 도검이 아닌 여섯살짜리 꼬마인 것을 보고 적지 않이 놀란 모양이다.
"아니, 제 상대가 이 꼬마아이에요?"
"음...그 아이가 제일 잘 한다우."
"아니, 도검님 보다두요?"
"글쎄, 그렇다니까."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꽤 귀여운 얼굴이 앙증맞기까지 하다.
"머, 요즘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많이 하긴 하지만, 애들은 애들이죠."
도검은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보다 더 싫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실력차가 존재하는건 사실이니까. 도검은 좀 언짢았지만 그냥 허허 웃으면서 듣고만 있었다.
"어쨌든 이 아이를 한 번 믿어보셔야겠습니다."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아까 과일사러 나갔던 여학생이 손에 참외랑 토마토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온다. 순간 건물주는 스몰 마켓을 하나 올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 여학생을 바라본다. 그녀는 건물주의 얼굴을 보자 잠시 바라보더니 입을 지그시 다물고 한 쪽에 앉아 과일을 깎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과일을 접시에다 놓고 잠시 게임을 잠시 쳐다보았다. 문래가 옥수수, 건물주가 인디고다.
시간이 정지해있는 듯 둘은 그렇게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네사람이었다. 이사장과 문래와 도검과 후앙. 이렇게 네명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이세상에는 그 네명만 존재하는것 같았다.
이윽고 문래가 ‘하시엔다’에 이어 이번엔 ‘호스피스’를 하나 집는다.
6살난 어린아이 답지않게 아주 의젓한 모습이다.
이원장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듯 신중히 자신의 테크트리를 만들어 나간다. 건물주는 전혀 얕보지 않는 것 같았다.
'...'
도검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꿎은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이윽고 초반이 끝났다. 문래는 선적, 건물주는 건물러쉬의 구도이다. 다행히 문래는 아직까지 별탈 없이 잘 두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 문제는 어떻게 수많은 옥수수를 선적할 것이냐에 달렸다. 일찍이 올림픽 결승전을 관전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대국은 도검의 재산뿐만 아니라 인생의 자존심이 걸린 한 판이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사장이 불쑥 말을 꺼낸다.
"참, 도검님. 이 여학생은 누굽니까."
"아, 내가 소개를 안시켰군요. 울 가게 알바 학생입니다."
"아, 그러세요. 참 야무지게 생겼습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문래는 다음 수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이 학생도 푸코 할 줄 압니까?"
"에이. 웬걸. 걔는 푸코는 전혀 할줄 몰라. 할리갈리, 젠가 같은 게임만 나가다 보니 푸코는 내가 안가르쳤거든."
"그래요?...."
하지만 그녀는 왠지 푸코를 할줄 아는것만 같다. 적어도 건물주가 보기에는 그랬다.
쳐다보는 폼이 푸코를 모르는 사람의 눈빛이 아니다.
후앙은 자기 얘기가 나오자 잠깐 얼굴을 붉히더니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선다.
순간, 건물주가 크래프터를 선택하더니 자신의 보드에 커피를 올려 놓는다.
후앙은 흘끗 쳐다보더니 도검에게 말을 건넨다.
"저는 집으로 가볼게요."
"그래라. 수고했다."
문래의 다음 선택이 주목되는 순간이다. 과연 무엇을 선택할까? 도검은 자기가 플레이하는 것처럼 애가 단다.
건물러쉬에서 커피를 빠르게 생산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커피가 팔린다면 분명 건물러쉬의 페이스로 이끌 수 있다. 그러면 거의 이상장의 승리가 확실해진다. 그러나 문래가 초반 커피를 팔지 못하도록 한다면 건물러쉬도 실패한다. 그렇다면...
'아!'
도검은 하마터면 무릎을 칠뻔했다. 역시 이원장은 문래를 얕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쉽게 생산했다는 것은 상대를 얕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법이다. 갑자기 승리가 눈 앞에 보이는것 같다. 가슴이 울렁울렁해서 견딜수가 없다. 아, 이렇게 이기게 된다면...
잠시후 문래는 역시 도검이 생각한 대로 선적을 한다. 도검은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 BSW 푸코 1위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참 통쾌했다. 그리고는 슬며시 이사장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런데.
건물주는 잠시 눈썹을 찡긋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소형 창고를 사고 농장에서 옥수수와 설탕 농장을 가져온다.
'이제 와서 선적은 안될텐데...흥!'
도검이 그런 생각을 접으려고 하는데 계속 건물주의 손길은 가볍다. 어딘가 이상하다.
순간, 건물주가 팩토리를 하나 짓는다.
도검은 벌떡 일어설뻔 했다. 다음 순간, 갑자기 지어진 팩토리를 보고는 정말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이 문래는 와프를 짓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었다. 문래가 커피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리해서 선적을 하다보니 더블룬 부족으로 와프를 짓지 못했고 그 사이 이사장의 5종 생산 팩토리에 의한 무한 건물러쉬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끝이었다.
(원래 게시물 3개로 작성하신거라서 원작(?)의 분위기를 느껴보시라고.. 잠시 쉬어갑니다. 아래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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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도검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왔다. 30년전 유행가를 고래고래 부르면서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여흥구를 내면서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이다. 집사람이 뛰어나오면서 혀를 끌끌찬다.
"아이구, 술도 못하는 양반이 왜 이렇게 술을 마셨담! 오늘 뭔일 있수?"
"뭔일? 뭔일 있지. 내가 오늘로서 보드게임방을 그만두게 되었단 말야...!"
"아니, 마누라보다 몇 백배는 더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왜 그만둬요?"
"이사람, 꺽~. 농담아니라니까..."
"아니, 그럼 이제는 뭐하실라우...?"
"뭐,구멍가게라도 하나 차리든지...꺽. 모르겠네. 나도."
그날밤은 그렇게 시끄러운 듯 평온한 듯 정신이 없게 깊어갔다.
햇살이 어느덧 도검의 창틈으로 빨랫줄 처럼 쏟아진다. 도검은 눈을 찔끔 뜨고는 시계를 쳐다본다. 오전 8시 10분. 벌써 이렇게 되었는가. 갑자기 머리 띵하고 아파온다. 도검은 어제 일을 기억하려 애쓴다. 그러나 애쓸 필요도 없이 지워질래야 지워지지 않는 조각처럼 이미 그날의 일은 도검의 머리에 뚜렷이 박혀버린 것을 알아채는 데까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검은 밥도 잘 먹지 않고 9시쯤 해서 보드게임방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족쇄나 채워져 있는 것 처럼 무겁기 짝이 없었다. 담배를 태우면서 차후의 일을 생각해보나 역시 무신통이다.
곧이어 건물주의 얼굴이 보인다. 도검은 역한 모습을 보는 것 처럼 자연 얼굴이 찡그려진다. 그런데.
"어이구! 도검님 아니십니까. 마침 잘 오셨습니다. 식사는 하셨나요?"
갑자기 친한 척을 한다. 벙글벙글 웃는 모습이 거짓된 연기는 아닌 것 같다. 근데 건물주는 더욱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참, 보드게임방은 계속 운영하십쇼."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라는 것은 이런 말을 두고 하는 것일게다.
"글쎄, 난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는데요."
"하하, 그러시겠지요. 어디 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얘기 하죠. 제가 사겠습니다."
도검은 마지못해 따라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닫지 않아도 된다는 그 말에 마냥 기쁜 것은 사실이었다. 생명이 연장된 것 만큼이나 흡족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삼겹살 집에서 건물주가 들려준 얘기는 대충 이러했다.
어젯밤에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는데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더니 한 여학생이 들어왔던 것이다.
"학생. 응?"
건물주는 그 학생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질끈 묶은 긴 머리, 새 하얀 피부, 주홍빛 입술, 그리고 가늘고 긴 눈썹과 크지 않은 눈, 갸름한 턱...그래. 그 보드게임방 알바 아가씨군....
건물주는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입던 옷을 마저 입는다. 보나마나 무슨 심부름왔겠거니 하고 힐끗 쳐다보는데 그 여학생은 묘한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사장님하고 내기 푸코 한 판 할까 하구요..."
이제 갓 대학생이 된 것 같은 아가씨가 내기 푸코라니. 그것도 자기와 같은 고수랑 내기 푸코를 이 늦은 시간에 하겠다는 이 학생은 도대체 뭔가 하고 이사장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구? 나랑 내기 푸코를 하자구?"
"네."
대답하는 모습이 매몰차다. 순간 건물주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하. 이거봐요. 학생 푸코는 실력차가 천차만별이라 나같은 사람을 그렇게 쉽게 이길 수는 없어. 자자, 마음은 알겠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요. 가서 할리갈리 종치는 연습이라도 더 하는 것이 나을거야."
"다 알구 왔어요. 오전에 두었던 그 게임은 문래의 필패지세였다는 것. 그리구 내기 게임이었다는 것. 또 아저씨가 BSW 푸코 승률 1위라는 것두요...."
이사장은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얘기를 아무 관계없는 알바 학생에게 얘기할만큼 입이 싼 도검은 아닐텐데 어떻게 그런 일들을 다 알고 있을까.
이런 일개 여학생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 있을까. 그렇다구 내 실력을 얕본다구? 괘씸했다.
"좋아. 학생이 원한다면. 한 번 하지."
"단 조건이 있어요. 제가 이기면...보드게임방을 계속 운영하게 해주세요."
"좋아. 허나 내가 이기면?"
"...그런 일은 없을거예요."
건방진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자기보다 실력이 나은지 어떤지도 알 수 없는 소녀가 자기 스타일을 연구했다고 쳐도 그렇게 자신감 있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만약 제가 지면 무료로 자원봉사를 한 달 해드릴게요. 저는 드릴 것이 그것 밖에 없는것 같네요..."
건물주도 그녀와의 승부가 웬지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건물주는 응접실에 푸코를 놓았다. 후앙은 가만히 의자에 앉는다. 이원장은 돌연 몸이 굳는 것을 느낀다.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긴장감이다. 나이 어린 소녀의 엄청난 자신감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도 몰랐다.
후앙이가 옥수수로 2nd 플레이어다. 건물주는 어딘지 모르게 처음부터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것일까.
이사장은 스몰 마켓, 후앙이는 하시엔다로 오전에 있었던 푸코랑 똑같다. 이원장은 웬지 모르게 아까와 똑같이 전략을 세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자신이 이긴 게임이니 꺼릴 이유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에 두었던 게임과 똑같이 되었다. 이사장도 오기가 생겼다.
'그런 수준낮은 옥수수 전략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구?...'
이윽고 건물주가 커피를 생산할 때까지 똑같이 되었다. 다음 라운드 후앙이의 선플레이어다. 순간, 그녀는 조용히 생산을 선택한다.
'아니?'
건물주는 짐짓 놀랐다.
'설마?'
'더블 생산이다!'
건물주는 그 수의 오묘함에 감탄했다. 이제와서 선적을 하자니 배로 늘어난 옥수수가 부담이다.
이윽고 이사장은 팩토리에 오피스까지 지어가며 건물러쉬를 감행한다. 하지만 후앙도 생산하면 바로 선적을 해가며 조금씩 모은 돈으로 와프를 짓는다. 돈이 모자라서 고민하던 건물주에게 뜻밖의 트레이더 선택의 기회가 왔다.
'쉽게 돈을 벌 기회를 준다구? 다음 라운드에 대형건물이 올라가는데...'
약간 이상했지만 냅다 커피를 팔아서 스몰마켓, 대형마켓까지 합쳐서 8더블룬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이제 건물로로는 내가 유리하다, 하고 생각하는데 다시 한번 생산이 된다.
'아뿔싸!'
이번에 옥수수가 실리게 되면 승점칩의 부족으로 이번 라운드에서 종료인 것이다. 노림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건물주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이내 체념할 수 밖에 없다.
'강하다! 이 아이는 정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건물주는 이미 마음을 비웠다. 순간 학생의 모습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 여학생이 옥수수를 와프에 우르르 쏟아내는 모습은 웬지 밤하늘에서 옥수수 더미가 비가 되어 내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건물주는 흔쾌히 미소지으면서 말한다.
"학생 정말 강하군. 감탄했어!..."
"감사합니다. 이제...모드게임방을 닫지 않아도 되겠지요?"
"물론. 그런데 두어가지만 궁금한 것이 있는데..."
"예. 뭔데요?"
"왜 오전에 둔 게임이랑 똑같이 한 거지? 콘러쉬가 좋았다고 본건가?"
후앙은 약간 볼이 발그스름한 상태로 입을 연다.
"사실 콘 러쉬 전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 단지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건물주는 얼마간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건물 러쉬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볍게 보았던 콘러쉬에 무너지다니.
"좋아. 다음에 꼭 다시 한 번 하지. 그때는 내가 꼭 이길테니..."
"예...."
수줍게 대답하는 소녀의 얼굴이 마냥 귀엽다.
"참, 그리고 하나 더...학생 이름이 뭔가?"
"...산후앙...입니다."
건물주는 그 대답을 듣고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푸에르토 리코의 도시 산후앙이라니. 그리고 그제서야 왜 그녀에게 질 수 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건물주는 한편으로는 경외의 눈초리로 한편으로는 대견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던 것이다....
<에필로그>
이사장은 전화를 받으려 몸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미스김에게 한마디 던진다.
"미스김. 혹시 '밤하늘에서 옥수수가 쏟아진다'는 게 어떤 건지 알어?"
이 아닌 밤 중에 홍두깨 같은 질문을 받은 미스김은 입을 삐죽 내밀면서 입을 뗀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하지만 꽤 아름답고 신비한 광경이겠군요."
"그렇지? 참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광경이겠지? 난 어제 그걸 봤어..."
"예?"
눈이 똥그래져서 되묻는 미스김 뒤로 하고 이사장은 휘적휘적 전화를 받으러 뛰어가는 것이었다.
P.S) 재미로 올려봅니다.^^ 그리고 6살짜리 문래는 제가 좋아하는 '아문레'에서 따왔습니다.:)